짧은글

야구와 <협력의 진화>

책읽는인간 2015. 4. 9. 06:30

메이저리그 야구 심판 론 루치아노의 회고록 중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특정 포수들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그 포수들더러 대신 심판을 보게 했다. 믿을 만한 포수가 섰을 때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 나 오늘 죽을 것 같아. 나 대신 심판 좀 봐. 스트라이크면 글러브를 움직이지 말고, 볼이면 투수에게 즉시 던져."
나를 속이고 그 상황을 이용한 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타자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딱 한 번, 포수 에드 허먼이 나 대신 심판을 보는데 자기 팀 투수가 판정에 불평을 했다.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말하고 싶었지만 정말 꾹 참았다.]


루치아노가 포수에게 대신 심판을 맡길 수 있었던 이유는 포수가 자기를 속인다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들 경우 보복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그림자가 현재에 충분히 드리울 경우, 한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라 계속 얼굴 맞대야 할 경우, 협력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진화한다. 최근 읽은 로버트 액설로드의 <협력의 진화>가 실제로 위 사례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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