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지난달 중국 윈난성 후타오샤(호도협)를 트래킹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자락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산들 사이로 시간과 물이 만들어낸 거대한 협곡이 흐르는 곳이다.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여행의 목적은 은하수 촬영이다. 해발 2,700m.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도이다. 가파른 길에서 조금만 속도를 내면 숨이 차온다.
산행 내내 흐리거나 이슬비가 내렸다. 그리고 사흘째 밤, 드디어 기다리던 하늘이 열렸다. 평생 단 한 번도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없다. 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반경 80Km 안에 도시 불빛이 없는 곳. 국내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하늘이다. 자정이 넘어가면서 동쪽 옥룡설산 위로 희뿌연 덩어리가 떠오른다. 은하수이다. 맨눈으로 암흑대가 또렷이 보였다.
은하수는 태양이 속해있는 우리 은하의 나선팔이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10만 광년. 태양계는 중심부로부터 3만 광년 떨어져 있는 변두리 지역이다. 은하수의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에 우리 은하의 중심부 방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쪽 하늘 전갈자리와 사수자리 부근이 우리 은하의 중심부이다.
은하의 중심부는 매우 밝은 별들 수백, 수천억 개가 모여 있는 곳이지만, 지구와 은하 중심부 사이에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성간물질들이 있어서 맨눈으로 쉽게 밝은 은하수를 보기는 어렵다. 아주 캄캄한 밤하늘을 찾아가야 간신히 볼 수 있고, 그나마 처음 보는 사람은 그게 은하수인지 높은 구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수백만 년 진화의 역사 내내 인류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별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뿌연 구름처럼 보일 뿐이었다. 서양에서는 하늘에 흩뿌려진 헤라 여신의 젖(Milky way)이라고 생각했고, 동양에서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큰 강(銀河水, 미리내)이라고 생각했다.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당시 최신 발명품이던 망원경을 혼자 뚝딱거리며 개량해 밤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이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 4개를 발견했고, 은하수가 사실은 빽빽한 별들의 무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인류가 은하수의 정체를 처음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만년설이 덮인 거대한 산들의 한복판, 깊은 협곡에서 만난 은하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서 날아온 3만 년 전의 빛이다. 그곳에는 초거대 질량의 블랙홀도 있을 것이고, 수백, 수천 억 개의 태양 같은 별들도 있을 것이다. 그중 어떤 별들은 태양처럼 생명을 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곳에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패배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다 유전자를 물려주고 사라지는 지적 생명체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처럼.
새벽이 다가오면서 평생 다시 보지 못할 하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조금 슬퍼졌다.
남쪽하늘 16mm
은하 중심부 사수자리, 전갈자리 부근 50mm
동쪽하늘 16mm
백조자리 50mm
은하수 파노라마
촬영정보 : 소니a5000, 16-50mm 번들렌즈, 스카이트래커, ISO3200, 2분 각 10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