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주 속 손 맞잡은 아빠와 아들 - M51 소용돌이 은하



1. 북두칠성 

봄이 되면 북쪽 하늘에서 북두칠성이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동양에서 북두칠성이라고 부르는 별자리는 서양에서는 큰곰자리의 일부분, 몸통과 꼬리이다. 동양 별자리가 오밀조밀하다면 서양 별자리는 훨씬 스케일이 크다. 요즘 북쪽 하늘을 보면 정말 엄청나게 큰 곰 한 마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집어 삼킬 기세로 솟아 오른다. 20세기 들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별자리 이름은 대부분 서양 별자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큰곰자리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게는 역시 국자 모양의 7개의 별, 북두칠성이 더 익숙하다. 
이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 가장 끝 별의 이름은 알카이드(Alkaid)이다. 지구로부터 101광년 떨어져 있는 온도 20,000도(K)에 이르는 아주 뜨거운 별이다. 알카이드는 아랍어로 '슬퍼하는 세 소녀 중 첫째'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랍의 별자리에서 슬퍼하는 세 소녀는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의 세 별 알카이드, 미자르, 알리오스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알카이드를 북두칠이라고 불렀다. 북두칠성의 일곱번째 별이라는 뜻이다. 메시에르 목록 51번(M51) 소용돌이 은하는 이 알카이드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은하이다.



2. 은하를 찾아내다.

북두칠성이 워낙 유명한 별자리라 소용돌이 은하를 찾는데는 북두칠성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사실 소용돌이 은하의 원래 주소는 사냥개자리라고 한다. 이 소용돌이 은하가 유명한 이유는 나선은하로 분류된 최초의 은하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 인류는 우리 은하 밖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M51처럼 나선 모양의 뿌연 천체 역시 단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성운의 일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선은하가 아니라 나선성운(spiral nebula)라고 불렀다. 1920년 천문학자 커티스와 섀플리 사이에 대논쟁이 벌어졌다.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일까? 아니면 우리 은하 밖 엄청나게 멀리 있는 또 다른 은하들이 존재할까?
1926년 에드윈 허블이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엄청 멀리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해(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법 - 자세한 방법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이 뿌연 구름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별보다도 훨씬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 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이 천체가 사실은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에 존재하는 외부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선성운이라는 용어는 폐기됐고, 나선은하(spiral galaxy)라는 새로운 말로 대체됐다. 인간이 아는 우주의 크기도 엄청나게 커졌다.
M51 소용돌이 은하는 우리 은하로부터 대략 3천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의 크기가 지름 10만 광년, 가장 가까운 나선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250만 광년이니까, 소용돌이 은하는 꽤 멀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주적 규모로 볼 때 이 소용돌이 은하 역시 우리 이웃이나 다름없다. 100억 광년 떨어진 녀석들도 있으니까.

3. 은하를 잡아먹는 은하

소용돌이 은하가 또 유명한 이유는 두 은하가 중력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비교적 쉽고 뚜렷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천문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지구가 달이라는 위성을 갖고 있듯이, 은하들도 위성은하를 갖고 있다. 우리 은하는 대마젤란 은하, 소마젤란 은하라는 두 개의 위성 은하를 갖고 있고, 안드로메다 은하 역시 M110과 M32라는 위성은하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 은하는 현재 대마젤란 은하와 소마젤란 은하를 잡아 먹고 있는 중이다. 두 위성은하는 언젠가는 우리 은하 안으로 완전히 끌려들어 올 것이다. 위 사진의 M51 역시 왼쪽에 있는 작은 위성은하를 잡아 먹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은하 안에는 별이 가득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낮다. 엄청나게 성긴, 사실상 텅 빈 공간이다. 그래서 은하가 충돌하더라도 그 속의 별들끼리는 거의 충돌할 일이 없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 역시 매우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에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 대략 30억 년 이상 지난 뒤 두 은하가 충돌할 것이다. 언젠가 한 번 썼듯이(http://homobookus.tistory.com/13) 천문학자들은 그렇게 충돌해 합쳐질 새로운 거대 은하에 이미 이름을 붙여 두었다. 밀코메다(Milkyway + Andromeda) 은하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천문학자들의 준비성과 그들의 시간 개념이 참 마음에 든다. 매력적인 직업이다.

4. 소용돌이 은하의 또 다른 이름

소용돌이 은하는 부자(父子) 은하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 손 잡고 있는 모습 때문이다. 그 이름 때문에 이 은하가 더 마음에 든다. 최근 아들 녀석의 꿈이 축구선수에서 천문학자로 바뀌었다. 물론 앞으로도 수십 번 쯤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기특하고 흡족하다. 거대한 스케일과 꼼꼼함, 여유와 집요함을 고루 갖춘 매력적 직업은 꿈 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 꿈이기도 하다. 
녀석이 학교에서 <별의 일생>이라는 책을 빌려와 읽고 있다. 정말 재미있다고 하기에 나도 슬쩍 훔쳐 보았다. 책 내용이 장난 아니다. H-R도, 수소 핵융합반응의 임계온도와 갈색왜성, 주계열성의 스펙트럼 분포. 도대체 이 책을 초등학생 꼬마가 뭘 안다고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질문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녀석이 잠든 사이 나도 틈틈이 훔쳐 읽고 있다. 재미있다. 기회 되면 이 책도 소개하겠다.

사진정보 : 3월 13일 강화도 / ES 80ED / HEQ5 pro / 캐논 필터개조 1000D / 3분 노터치 / ISO1600 / 20장 / Dark 3장 / Flat 9장 / 중심부 크롭

NASA 오늘의 사진 M51 은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하수  (0) 2015.06.12
별에서 봄을 봄.  (0) 2015.04.27
장미성운  (0) 2015.03.27
플레이아데스 - 아틀라스의 일곱 딸  (0) 2015.03.25
말머리성운  (0) 2015.03.23
오리온대성운  (0) 2015.03.19
이타카  (0) 2015.03.19
안드로메다 은하  (0) 2015.03.19
러브조이 혜성  (2) 2015.03.19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0) 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