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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조이 혜성

C/2014 Q2 Lovejoy 혜성 (코동 / 15초 60장 / 캐논 550D)


요즘 혜성이 뉴스를 탄다. C/2014 Q2 (Lovejoy)라는 혜성이 지구에 근접해 하늘 좋은 곳에서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혜성은 지난 1월 7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통과했다. 그래서 한 번 촬영을 시도해 봤다.


옛사람들이 보기에 혜성은 아주 특이한 별이었다. 없던 별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제멋대로 움직이다 사라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신이 무언가 계시를 내리기 위해 보낸 별, 불길한 징조라고 믿었다. 조선 시대 중종의 외척 김안로는 희대의 간신이었다는데, 그가 중요 직책에 등용된 1571년 혜성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76년 뒤인 1607년 또 혜성이 나타났고 선조가 죽었다. 사람들은 혜성을 불길한 일의 전조로 믿었고, 이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혜성이 바로 76년의 주기를 갖는 핼리혜성이다.



선구자들은 있었다. 17세기 폴란드 귀족 루베이넹츠키라는 사람은 혜성의 출연과 사건의 관계를 415건 조사했다. 그 결과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을 내놨다.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18세기 천문학자 핼리는 관측 기록을 분석해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한 혜성이 같은 녀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1758년에 이 혜성이 또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죽었는데, 실제로 긴 꼬리를 드리운 혜성이 나타났다. 혜성은 그 뒤 얼음과 먼지 덩어리이고, 태양 주위를 타원으로 공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과학이 정체를 밝혀낸 뒤인 20세기 들어서도 혜성과 관련된 온갖 종말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1910년 핼리혜성 출현 때는 언론들이 종말론을 쏟아냈고, 이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하니. 약삭빠른 장사꾼들은 혜성 꼬리에 청산가리 성분인 시안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방독면과 알약도 팔았다고 한다.

이 사람들을 너무 비웃을 수만도 없다. 수백만 년을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 진화해온 인류가 불과 지난 2백 년 사이 우주와 나 자신의 기원에 대해 처음으로 비밀을 알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무지와 혼돈을 이해 못 할 것도 없겠다. 21세기 지금 우리 자신은 크게 다른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러브조이 혜성은 호주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Terry Lovejoy가 지난해 처음 발견했다. 혜성 이름은 핼리 이후로 발견한 사람의 성을 붙이는 전통이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은 참 예쁘다. (이 양반이 최근 발견한 혜성이 2개 더 있다. 다 러브조이다.) 이 혜성이 청록색을 띠는 이유는 CN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산가리 성분이다. 생명체에는 매우 치명적이지만 그 덕분에 아름답다.


혜성 하면 떠오르는 건 엄청나게 긴 꼬리다. 보통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1AU)만큼 길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그런 꼬리는 기대하시면 안 된다. 매우 열악한 장비와 실력을 고려하고, 마음의 눈으로 집요하게 응시해 보시길 바란다. 그러면 혜성 왼쪽으로 몇 갈래의 희미한 꼬리가 보인다.

사진 속 혜성의 가운데 밝은 부분이 핵이다. 80% 이상은 물이고 나머지는 먼지와 유기물이다. 지름은 수백 미터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도 수십억 톤의 물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 과학자들 가운데는 지구가 가진 엄청난 양의 물, 그리고 생명의 기원인 유기화합물이 혜성과의 충돌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태양계 저 먼 바깥쪽에서 날아온 저 혜성이 우리의 고향일지도 모른다.


러브조이 혜성은 이제 근일점을 지나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더라도 괜찮다. 8천 년만 기다리면 다시 볼 수 있으니까.


2015년 1월 15일 책읽는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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